믿음의 글과 자료

믿음의 글/자료 게시판은 이 시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현대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 창조주 하나님과 그 분의 이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게시판입니다. 특히 나사렛 예수가 어떻게 하나님으로 우리의 주가 되시는지 그 표적인 부활의 역사적 증거 자료와 함께 흔들릴 수 없는 부활신앙에 서도록 격려하고 북돋우는 도움의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많은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Title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2007-11-27 22:12:04
Writer

사랑하는 어스틴한인침례교회 식구 여러분께 멀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혹시 저희 가정을 벌써 잊으셨다면… 저는 서 정건집사이고 집사람은 김경선 자매, 그리고 나현이와 재현이가 저희 두 딸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정말 실감나고 속상하네요.^^;;
지난 8월초에 이주해 와서 지금 11월말이니까 이 곳 윌밍턴에서의 생활도 벌써 거의 4개월째가 되어 가네요.  미국생활이야 어스틴과 샌디에고를 포함, 거의 10년이 되어 가니, 정착에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사실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바빠서 모르고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도 같구요.

처음 두 달 동안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의구심반, 호기심반으로 한국인 선생과의 거리를 유지했고, 이제는 조교가 아닌 조교수로 수업을 책임지는 입장이 된 저는 나름의 조크가 통하지 않자 당황과 좌절을 거듭하는 시절을 보냈지요.  “한국교수가 안 되는 영어로 미국의회 수업을? 그래, 이건 분명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야” “한국학생들이라면 이렇게 버릇이 없지는 않을텐데” 등등의 자괴심과 불만이 마음에 많이 생겨났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얻었다는 자부심만을 가지고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현실들이었습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몇 달을 반복했습니다.  이제는 제 개인 오피스에서 아침마다 말씀묵상을 편하게 하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에 갈등들이 해결받지 못하였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과도 친하게 되고, 수업내용도 제가 조금 더 잘 아는 내용들이 많아지게 되고 등등의 영향으로 이제는 마음의 평안을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제 영어를 못 알아 들어서 확인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너 이름 뭐야, 학점 C 준다.” 같은 농담을 서슴없이(?)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속으로 “그래, 이게 원래 서정건인데 말이야”하며 만족해 하면서 말이지요.

여기까지는 서론입니다. 사실, 저도 누구나 처음 직장에서 겪는 적응과정을 통과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지난 몇달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주일날 저희 가정이 예배드리는 윌밍턴 한인침례교회에서의 기도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왜 지난 몇 달을 제가 고생했는지 답을 알려주셨습니다.  신앙도전이 많은 어스틴교회였더라면 훨씬 쉽게 금방 그 답을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닌 내 계획과 능력으로 이 곳에 왔다고 어느 새 믿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불필요한” 추가고생을 하게 되었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진작 이 사실을 깨닫는 은혜를 얻었더라도, 누구나 겪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제 몫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어려움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전혀 달랐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이와 관련해서, 왜 하나님께서 한국인이 다 합쳐서 2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이 곳으로 저희가정을 인도하셨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내와 종종 어스틴으로 돌아갈 방도가 없을까 궁리중이기는 합니다.)  한국인은 200명인데 교회가 3곳인 사정을 보고 역시 한국사람있는 곳에는 교회가 많구나 정도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습니다. 원래는, 지금 저희가 다니는 윌밍턴한인침례교회 한 곳이었는데 일부교인들이 불만을 품고 교회를 나가 다른 두 교회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사정말씀을 모두 드릴 수는 없지만, 지난 4년의 아픔을 딛고 현재 이 곳 교회는 말씀과 기도로 다시 주님안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가 8월초에 처음 교회를 갔을 때 저희 교회 교인수가 약 20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성가대가 6명인데 목사님, 사모님빼고 그나마 10명정도 드문드문 예배당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스틴 교회에서 약 두세 목장이 연합한 정도의 규모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저희 가정이 올해 처음 새로 온 새교우 가정이라고 하시면서 교인들이 얼마나 잘 해 주시는지 모릅니다.  예배 한 시간, 무지하게 푸짐한 점심식사 한 시간, 목사님 이하 모든 남자교우들 (약 6명)이 참여하는 탁구대회 한 시간을 마치고는 집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엊그제 주일예배때 그 동안 내가 다시 주인되어 지내 온 것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은 또 하나 신기한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성도가 20여명밖에 안 되는 이 곳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은 “이 교회는 큰 교회다”라는 사실을 말씀해 주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크냐하면 하나님이 임재해 계시는 교회이기 때문이지요.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그대로 선포되고, 6명의 성가대가 드리는 찬양소리에 하나님의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보이고, 나머지 성도들이 아멘하며 박수칠 때 하나님의 격려가 드러나는 그런 위대하고 거룩한 교회라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목장모임을 시도하다 교회가 분열되는 아픔을 겪은 교회지만, 이제 다시 4년간의 작정기도를 통해 새롭게 제자훈련과 목장모임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이 이 곳에 오게 된 것을 두고 하나님의 기도응답이라며 좋아하시는 이 곳 교인들을 보면서, 아니라고, 저희같은 사람들이 무슨 기도응답이냐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그토록 하나님 잘 잊어버리는 믿음 적은 저와 저희 가정을 하나님은 왜 이리도 사랑하시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대를 접지 않으시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예수님 날 위해 죽으셨네. 왜 날 사랑하나.  겸손히 십자가 지시었네. 왜 날 사랑하나
손과 발 날 위해 씻기셨네. 왜 날 사랑하나.  고난을 당하여 구원했네. 왜 날 사랑하나
내 대신 고통을 당하셨네. 왜 날 사랑하나.  죄 용서 받을 수 없었는데. 왜 날 사랑하나”

지난 7년간 어스틴한인침례교회에서의 무엇을 가지고 이 곳에서 쓰임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결국 어떻게 또 다시 새롭게 다듬어 가시며 쓰실지 결정하실 분은 하나님 한 분뿐임을 알게 됩니다.  

역시 간단하게 안부인사만 전하려고 하던 애초 계획은 실패하였습니다.^^;;  
생각 많고 말 많은 사람의 한계라고만 생각지 마시고, 그만큼 어스틴교회 식구들이 보고 싶은 증거라 여겨주십시요.

주님안에서 사랑합니다. 모두 평안하세요.